오래된 꿈과 현실 사이에서
어릴 때부터 나는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었다. 컴퓨터 앞에 앉아 무언가를 만들고, 화면에 결과가 나타나는 순간이 마냥 신기했다. 작은 코드 한 줄이 세상을 조금 다르게 움직이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 그렇게 꿈꾸던 일을 업으로 삼았고, 어느새 주니어를 지나 시니어 개발자라는 이름도 어색하지 않은 시간이 쌓였다.
돌아보면 참 많은 것을 배웠다. 장애 앞에서 식은땀을 흘리기도 했고, 밤새 고민하던 문제가 아침에 한 줄로 풀리기도 했다. 동료들과 설계 이야기를 나누고, 코드 리뷰를 하며 서로의 생각을 배워가는 시간들이 좋았다. 나는 여전히 개발자로 일한다는 감각을 사랑했다.
매니저가 된다는 것
그러다 어느 순간 관리자 역할을 맡게 됐다. 더 넓은 시야로 팀을 보고, 사람과 일정과 방향을 함께 챙기는 일은 분명 의미 있었다. 누군가의 성장을 돕고, 팀이 더 나은 선택을 하도록 만드는 일에서도 보람을 느꼈다.
하지만 마음 한쪽에는 조용한 불안이 생겼다. 직접 코드를 만지는 시간이 줄어들수록, 내가 좋아했던 기술의 결에서 조금씩 멀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예전에는 당연하게 따라가던 변화들이 어느새 따로 시간을 내야만 이해되는 주제가 되었고, 손끝에 있던 감각이 천천히 무뎌지는 것 같았다.
시니어가 된다는 것은 더 많이 안다는 뜻만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더 선명하게 보이는 과정에 가깝다. 그래서 다시 기록하기로 했다.
다시 블로그를 시작하며
예전에 운영하던 기술 블로그를 다시 열어보려 한다. 거창한 선언이라기보다는, 개발자로서의 호흡을 잃지 않기 위한 작은 루틴에 가깝다. 읽고, 실험하고, 실패하고, 이해한 것을 내 언어로 정리하는 공간.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완벽한 글보다, 나 자신이 계속 기술 곁에 머물기 위한 흔적을 남기고 싶다.
앞으로 이곳에는 개발자로 일하며 배운 것들, 매니저가 되어 바라본 기술과 팀의 이야기, 최근 다시 공부하는 개발 주제들, 그리고 실무에서 마주친 고민들을 천천히 적어보려 한다. 다시 시작하는 첫 글인 만큼 조금 서툴러도, 꾸준히 이어가 보려고 한다.